뇌질환의 혁신, 뉴로벤티(NeuroVenti)

NEWS

뉴로벤티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뇌 지문’ 끊임없이 변해… MBTI 성격유형 검사, 과학적 근거 미흡

페이지 정보

조회 1,491회 작성일 20-12-02

본문

<신찬영의 생각을 부르는 뇌과학>‘뇌 지문’ 끊임없이 변해… MBTI 성격유형 검사, 과학적 근거 미흡
2020-12-02 10:10

내향성-외향성 등 이분법
사람 성격·행동 유추 못해
‘자기보고’ 검사방식도 한계
과연 우리는 우리를 잘 알까

우리는 나와 상대방의 성격과 심리를 알고 그에 따른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에도 과학적 근거를 내세운 다양한 성격 분석 기법이 등장하고 있다.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등의 단편적 성격을 혈액형과 맞춰보는 일이 유행이더니 최근에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 검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반강제로(?) 인터넷에서 이용 가능한 간이 성격유형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

MBTI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발전된 성격유형 검사 도구다. 이 방법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정신적 태도 유형(내향성(I), 외향성(E))으로 구분하고 각자의 인지적 기능 유형을 인식에 대한 태도가 감각형(S)인지, 직관형(N)인지,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사고형(T)인지 혹은 감정형(F)인지를 기준으로 총 8가지의 성격유형을 제시했다. MBTI는 여기에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의 실생활 적용 방식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 지표를 더해 총 16가지 성격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향성인 ISFP 유형의 사람은 온화하고 겸손하며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유형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성격유형 검사는 기본적 기질의 파악에 따른 대화의 재미와 흥미 유발 정도에 그치지 않고 미흡한 과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실생활 활용을 위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많은 회사에서 채용 및 인력 배치를 위한 면접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둥, 내 아이의 적성과 취미 그리고 미래의 직업을 찾고, 내 연애 상대와의 성격 일치도와 궁합을 맞춰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둥, 심지어 나에게 맞는 집, 차, 여행지 등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검사법들의 공통적인 단점은 사람의 성격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다는 점과 자기 보고식 성격 검사의 한계다. 사람의 성격을 규정하는 다양한 인자는 대개는 정규분포를 이루는 것으로 단순히 내향과 외향 등 양 끝단으로 나눌 수 없는 것들이다. 더욱이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해 어떠한 반응을 나타낼지는 개별 사안과 상황별로 다이내믹하게 변화할 것이므로 이분법적 조합으로 성격과 행동을 유추하는 것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뇌의 구조 및 기능 연구에서 이들의 기본적 뇌 구조는 유전적 유사성을 나타내지만, 뇌 부위 간 네트워크 활성도 등 기능적 조절에는 환경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어릴 적 생성된 사람의 기질은 오래 유지되는 편이긴 하지만 구체적 생각과 행동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자기가 처한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또한 문답형 자기 성격 보고가 부정확할 가능성도 크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가? 필자는 스스로는 내향적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필자를 아는 많은 사람은 필자를 외향적 성향의 상위 1%에 속한다고 말하곤 한다.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이 잘 아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성격과 행동을 결정짓는 뇌의 종류를 2, 4, 8, 16가지 종류로 혹은 5가지 성격특성 요소(경험에 대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를 기준으로 한 최근의 구분법인 32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과거 골상학에서는 사람의 머리 모양을 보고 지능지수, 성격 등을 예측하는 일들이 행해졌지만 지금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분명해졌다. 뇌 자체의 모양이나 뇌 부위 간의 기본적 기능 연결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위 기능을 매개하는 뇌 기능 네트워크 분포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속속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뇌 지문’을 지니고 있다. 혈액형이나 다른 그 무엇으로도 성격과 그 사람이 할 행동을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내 기대와 다르다고 화를 내는 일은 더욱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와 인생이 더 다이내믹한 게 아닐까?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라고 노래한 것처럼.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20201031305000001

#뉴로벤티 #neuroventi #신찬영 #신찬영교수 #shinchanyoung #자폐 #자폐증 #자폐스펙트럼 #자폐스펙트럼장애 #자폐성장애 #뇌지문 #mb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