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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스토리] 신찬영 교수 인터뷰ㅣADHD, ASD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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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96회 작성일 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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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ADHD와 자폐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디어에서 'ADHD'나 '자폐증'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ADHD 관련 국내 도서 중 최근 3년 이내에 출간된 도서가 전체의 1/4을 차지할 정도다. 
'혹시 우리 아이가?' 또는 '혹시 나도?'하는 관심은 질환에 대한 정보와 치료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리 밝혀두자면, ADHD나 자폐증 같은 뇌발달장애에 대한 '완전한'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 아티클에서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뇌발달장애 치료제 개발 기업인 뉴로벤티의 대표로 있는 신찬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ADHD와 자폐증이 어떤 질환인지 살펴보고, 새로운 접근을 통한 치료 방법을 알아본다.

|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뇌발달장애, ADHD와 ASD
Q. ADHD는 어떻게 정의되나요?
발달 장애는 증상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ADHD (ADH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같은 경우에는 세 가지의 핵심 증상이 있습니다.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충동성’, 이렇게 세 가지의 증상을 보이는 발달장애가 ADHD입니다.
ADHD는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통 8~12% 사이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이는 태어나는 아기 10명 중 한 명 꼴일 정도로 심각합니다.
ADHD는 ‘어린아이만의 발달장애로 끝’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근 10년 전부터는 성인 ADHD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성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과잉행동보다는 주의력 결핍이 많습니다. 과잉행동은 자라나며 자연스럽게 줄어들지만, 주의력은 나아지기가 힘듭니다. 현재 성인의 약 4%가량이 성인 ADHD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흔히 ‘자폐증’이라 불리는 ASD는 어떻게 정의되나요?
ASD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이릅니다. 여기서 ‘스펙트럼’의 의미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증상을 나타내는 발달장애의 하나인데, ADHD처럼 ASD도 핵심 증상이 있습니다. 핵심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사회적인 소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언어 및 비 언어적인 소통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용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명절에 ‘너희 엄마는 왜 이렇게 손이 크니?’라고 친척 분이 이야기를 하면 ‘음식을 많이 한다’는 의미로 물어본 것이죠. 그런데 ASD의 경우에는 ‘우리 엄마 손 안 큰데?’라고 반응합니다. 일반적인 소통에 어려움이 있죠. 어려움을 겪는 소통의 범주는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에 모두 해당됩니다.
두 번째 특징은 상동행동입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경우 ASD로 진단합니다.
또 한 가지, 앞서 ‘스펙트럼’에 대해 말했는데요. 이들 증상의 정도가 아주 경미한 것에서부터 극심한 것까지 다양하게 나타난 다는 것이죠.  또한, ASD는 위 두 가지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외에 다양한 동반증상을 나타냅니다. ASD 환자 중 많게는 약 30% 정도가 과잉행동을 보입니다. ADHD의 ‘like behavior’라고 하는데, ADHD라고 분류해도 이상하지 않을 증상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심할 경우 ADHD 증상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ASD가 다양한 스펙트럼상에서ADHD 증상을 같이 보인다거나, 경련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 우울증이나 편집증, 불안, 강박 등 여러 다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Q. ADHD와 ASD의 발병원인은 무엇인가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같이 있습니다.
ADHD와 ASD 모두 유전적인 원인이 높은 질환입니다. 몇 퍼센트가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보는지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ADHD의 경우 60~80%, ASD의 경우 50%에서 많게는 90%까지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이런 질환에서 알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유전이라고 하면 부모가 원래 소인 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도 있겠지만, ‘드 노보 뮤테이션(생식세포 혹은 체세포의 신규 변이)’라고 해서 새로 생기는 변이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있습니다. 임신 과정에서 정자나 난자에서 변이가 새로 생겨 태어나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인자도 연구가 많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담배 및 식품첨가물이나 방부제, 의약품 영향, 임신 중 감염 및 주변 환경요인 등으로 인한 태아 영향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발달장애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Q. 현존하는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발달장애질환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앞서 말한 핵심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치료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ADHD의 경우에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이상이 ADHD 증상이 나타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기능을 개선하여 사람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의 치료제가 쓰이고 있습니다.
ASD의 경우에는 치료제가 아예 없기 때문에 행동인지 치료를 진행합니다. 행동인지 치료는 어렸을 때부터 받으면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어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인간의 뇌는 25살까지 발달한다고 하지만, 어렸을 때 더 많이 발달하기 때문에 그런 민감한 시기에 행동인지 치료를 하면 효과가 더 좋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3개월 유아들도 진단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아과에서 정해진 기간마다 영유아 검사를 받습니다. 부모님께서 평소 관찰하신 것이 있으시면 검사 시, 상담을 받으시거나 전문의를 찾아가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 아기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든지, 웃는 얼굴을 보고 따라서 자기도 웃는다든지 하는 반응이 없다거나, 조금 더 커서는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든지 하는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뇌발달장애 치료의 새로운 접근
Q. ADHD, ASD 치료를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나요?
국가와 사회 전반적으로 뇌발달장애질환에 대한 이해와 서포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감추려 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 예로, ADHD는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만 해도 처방률이 약 5%에 그쳤습니다. 지금은 15% 정도로 많이 높아졌지만 처방률이 5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투자도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신경과·정신과 질환 문제가 커지며, 정부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민간 기업 차원에서 이를 따라가는 움직임이 부족합니다. 국내에 신약개발 회사들이 꽤 있는데 ADHD나 ASD와 같은 발달장애, 정신과 질환 분야에 대한 투자와 개발에 얼마나 우리 국내 제약업계나 벤처기업이 나서고 있는지 봤을 때, 상당히 부족하다고 봅니다.  

Q. 뉴로벤티는 치료 제제 개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나요?
저희는 작용기전과 부작용에 관여하는 여러 수용체와 타깃들을 잘 프로파일링해서 최적의 효과와 최소한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제제 개발은 단일타깃물질(Single Molecule Targeting)에 대한 약 개발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타깃 하나를 정해놓고 거기에 친화력(Affinity, 여기서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힘을 이름)을 엄청 세게 해서, Sub-nano molar(유효 농도 단위)의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물질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제일 중요한 타깃을 하나만 선택적으로 강하게 조절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방식이 CNS(중추신경계)에는 잘 안 통합니다. 신경과·정신과 질환에 대한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발병 원인이 다른 질환에 비해 열 배나 더 복잡한 게 신경정신과 질환입니다. 다양한 원인이 섞여서 일어나는 것이 정신과 질환이기 때문에 타깃팅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단일 타깃팅으로 제제를 개발하여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신경 기능과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뭔가를 강력하게 셧다운 해버릴 경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한 한 가지 뇌 기능에 여러 수용체나 단백질이 관여하여 미세한 조절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하나만 조절한다고 획기적으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과잉행동증상을 조절하는 두세 가지 단백질 타깃을   적절한 수준에서 동시에 효과적으로 조절한다면 치료효과가 나타날 텐데, 이를 약물학적으로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주 고전적인 방법, 전통적인 방식의 단일타깃물질에 대한 약 개발은 정신과 분야에서는 이제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약들은 이미 다 나오기도 했고요. 이제는 타깃들을 어느 방향으로 옵티멀하게 조절할지 정교하게 설계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Q. 구체적으로 뉴로벤티에서 현재 개발 중인 제제들이 어떤 발병요인과 작용기전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ADHD
기존 치료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이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높여줍니다. 치료 효과는 크지만 중독성과 의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혈압 상승이나 식욕 저하, 키 성장 저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또 다른 계열로는 두 신경전달물질 중 한 개 물질만 활성화하는 제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임상에서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동시에 조절하는 약물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세로토닌이라는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에 주목했습니다. 세로토닌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듯 집중력, 기억력, 우울증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줍니다. 저희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을 동시에 한 물질이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약물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 위험은 줄이면서도 효과는 높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ASD
최근 ASD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나온 트렌드로 유의미한 부분이 ASD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도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있습니다.
앞서 ADHD 치료제와 관련해서도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언급돼 겹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어떤 수용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질환마다 조금씩 다 다릅니다. 수용체 자체가 타깃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도파민 수용체의 경우 5종의 아류형, 세로토닌 수용체는 17종의 아류형이 있습니다. 이 중 어떤 수용체를 어떻게 올리고 내려야 ASD 증상이 개선되는지 연구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최근 도파민 수용체 중 일부, 세로토닌 수용체 중 3~4가지가 메이저 타깃으로 점차 좁혀졌습니다.
멀티타깃으로 접근했을 때 간단히 생각하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용체만 필요한 방식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떨어져 있는 활성을 올리거나, 높아져 있는 활성을 낮추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이걸 한꺼번에 조절하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다른 수용체이고, 모양도 다르고, 활성을 올리고 내리는 것을 한꺼번에 다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인데, 그것을 뉴로벤티에서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뉴로벤티는 오랜 기간 동안 치료에 가장 도움이 되고 부작용은 없는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성공에 가까워졌습니다. 현재 옵티멀 리셉터 프로파일(Optimal Receptor Profile, 최적의 수용체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는 후보물질들이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세로토닌 중에 ASD 증상 개선에 주요한 수용체, 도파민 중 ASD 증상 개선에 중요한 수용체들을 아주 이상적으로 조절하는 단일 물질을 개발해서 현재 치료제로 개발 중에 있습니다. 내년 중 임상 2상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Q. 최근 전자약 기술로 신경과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대두되고 있는데,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자약 기술과 약물학적인 치료, 행동인지학적인 치료를 병행했을 때 어떤 시너지효과가 있을지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자약 기술을 적용하여 전기적으로 신경 활성도를 조절해놓으면 비유적으로 표현했을 때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신경계’가 될 것입니다. 이때 약물이 같이 들어가게 되면 낮은 농도로 약을 주어도 신경계 활동 조절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뉴아인과 저희가 신경전달물질이 실제로 뇌에서 언제 얼마나 어떻게 유리가 되고 조절이 되는지, 지금 같이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앞으로 고도화돼서 좀 더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좋은 그런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