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영의 생각을 부르는 뇌과학>위로·응원의 말 ‘옥시토신’ 증가시켜… 정서적 공감 높여 고통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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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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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공포·불안감 엄습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대량 분비, 과도할땐 기억력 손상 유발 적절할땐 신중한 의사 결정"
며칠 뒤면 겨우내 움츠렸던 개구리가 뛰어다니는 경칩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폴짝폴짝 잘도 뛰는 멀리뛰기 선수 개구리가 개울가에서 무서운 뱀을 마주쳐 옴짝달싹 못 하고 얼어붙는 걸 본 기억이 있다. 지난가을 산꼭대기 벼랑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한참을 못 움직이고 가슴이 배꼽까지 내려앉은 것 같던 나처럼 말이다. 위험과 위협에 대한 공포 반응은 동물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진화해 왔다. 동물은 공포감을 느끼면 자극의 세기와 맥락에 따라 다양한 행동학적 변화를 나타낸다. ‘도망가거나 싸우는(flight or fight)’ 것으로 표현되는 이런 행동 조절을 위해 생체는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며, 심장과 근육으로 가는 혈액량이 증가하고 털이 곤두서는 등 일련의 생리적 변동을 보여준다. 이러한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인체는 공포와 불안감이 엄습하면 아드레날린과 각종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을 대량 분비하게 된다.
며칠 뒤면 겨우내 움츠렸던 개구리가 뛰어다니는 경칩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폴짝폴짝 잘도 뛰는 멀리뛰기 선수 개구리가 개울가에서 무서운 뱀을 마주쳐 옴짝달싹 못 하고 얼어붙는 걸 본 기억이 있다. 지난가을 산꼭대기 벼랑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한참을 못 움직이고 가슴이 배꼽까지 내려앉은 것 같던 나처럼 말이다. 위험과 위협에 대한 공포 반응은 동물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진화해 왔다. 동물은 공포감을 느끼면 자극의 세기와 맥락에 따라 다양한 행동학적 변화를 나타낸다. ‘도망가거나 싸우는(flight or fight)’ 것으로 표현되는 이런 행동 조절을 위해 생체는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며, 심장과 근육으로 가는 혈액량이 증가하고 털이 곤두서는 등 일련의 생리적 변동을 보여준다. 이러한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인체는 공포와 불안감이 엄습하면 아드레날린과 각종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을 대량 분비하게 된다.
일차적이고 즉각적인 근육 및 호흡-심혈 관계의 변동 외에도 우리 뇌는 공포와 불안감과 관련해 다양한 장단기적 반응을 조절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부위 중 하나가 편도체다. 편도체는 시상하부, 해마, 감각 및 운동 피질, 내측 전전두피질 등과의 연락을 통해 일차적 회피 및 공격 반응, 그리고 공포 상황 기억과 미래 대비 등의 모든 반응을 총지휘한다. 따라서 우리 몸과 뇌는 유사 상황에 다시 맞닥뜨리게 될 때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 몸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과도하게 이루어지면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혹은 특정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증 등이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편도체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 적절한 공포 반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도한 공포와 불안감은 인지 기능과 기억력에 손상을 유발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만, 일반적 수준의 불안감이나 걱정은 위협에 대한 지각과 집중, 인지 및 기억,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의사결정 능력 등을 촉진해 유사한 상황에서 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학교 선생님이 시험을 잘 보려면 약간 몸을 춥게 하고 편안히 눕지 말고 오히려 일어서서 공부해 보라고 하셨던 것이 적절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장기적 기억을 촉진하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우리는 공포에 질린 다른 사람의 얼굴, 눈동자, 입술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후두엽, 측두엽 등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공포와 불안감은 전염된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하면 인간뿐 아니라 실험용 쥐 같은 동물도 다른 동물이 고통받는 것을 보게 되면 이에 공감해 공포 반응이 증가한다. 실제로 이런 반응은 고통을 받는 동물에 대한 친밀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같은 우리에서 자란 친한 동물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 더욱 강한 동기화 반응이 일어난다), 이전의 유사한 상황에 처해 본 경험, 사회적으로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자랐는지 아닌지, 그리고 경우에 따라 성별 등의 다양한 인자에 의해 조절된다고 한다.
반대로 위험한 상황이나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에게 위로의 말과 응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동물 옆에 단지 같은 종의 동물을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처한 동물의 호르몬 수치가 정상화되고 인지 기능 손상이 예방된다는 동물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옥시토신 등의 호르몬을 투여하면 과도한 불안감이나 공포 반응, 이를 조절하는 뇌 부위의 활성이 줄어든다. 옥시토신을 분비하는 신경계를 광유전학 등의 방법으로 자극하면 다른 이의 고통에 대한 공감 반응이 증가한다. 공포와 불안감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지만 이를 해결해나가고 미래를 대비할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는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가 힘이 돼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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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신찬영 교수
약력: 서울대 약학대 학사·석사·박사. 예일대 연구원을 거쳐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전문분과 위원,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등 역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등 수상. 전문 분야는 뇌발달장애 기전 및 치료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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