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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때 커 보였던 학교 운동장, 어른되면 왜 작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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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11회 작성일 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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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의 생각을 부르는 뇌과학>초등학생때 커 보였던 학교 운동장, 어른되면 왜 작아 보일까

2020-09-23


뇌가 자기의 몸 작다고 느끼면 다양한 물건들 매우 크게 인식

시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물체 뇌 인지적 과정 거치면 달라져



장맛비 잠시 멈춘 파란 하늘을 보면 둥실둥실 흰 구름으로 둘러싸인 북한산, 도봉산이 손에 잡힐 것 같아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게 된다. 그러나 웬걸! 매번 찍힌 사진을 보면 두 눈에 큼지막하게 보이던 건너편 산이 한 서너 배는 작게 찍혀 있어서 눈으로 본 것만큼의 감동을 전하지 못한 경험이 다들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시각은 카메라 렌즈처럼 물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의 다양한 인지적 과정을 거쳐 종종 실제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 (혹은 느낌)을 전달해주곤 한다. 다양한 착시 효과가 이런 현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길이의 선분의 끝에 화살표가 어떤 방향으로 붙어 있는지에 따라 길이가 달라 보이는 뮬러-라이어 착시 현상(Muller-Lyer illusion), 지평선 위로 막 뜨기 시작한 달이 중천에 떠 있는 달보다 여러 배 더 크게 보이는 달 크기 착시 현상(Moon illusion), 같은 크기의 원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 원의 크기와 거리에 따라 상대적 크기가 달라 보이는 에빙하우스 착시현상(Ebbinghaus illusion) 등이 대표적인 예로, 볼 때마다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된다.


비슷한, 시각 관련 궁금증의 하나가 왜 어렸을 때 그렇게 커다랗게 보였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성인이 돼 방문하면 코딱지만큼 작아 보이는지 하는 것이다. 혹시 인간은 우리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삼아 물질의 크기와 거리를 상대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실험 대상자에게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씌우고 보는 방향의 각도를 잘 조절한 다음 팔다리를 간지럽히면서 VR로는 30㎝ (미니미) 혹은 400㎝ (거인) 인형의 같은 부위를 간지럽히는 것을 보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렇게 몇 분 가짜 자극을 하다 보면 실험 대상자는 다중 감각 통합에 의해 자기가 보고 있는 인형이 실제 자기 몸이라고 느끼게 된다. 유사한 실험에서 인형 몸을 칼로 베는 것처럼 하면 실제 자기가 다치는 것처럼 긴장해 피부의 전기전도도가 증가한다.


이때 다양한 크기의 물건을 보여주며 그 크기를 숫자로 혹은 손을 벌려 대략의 크기로 표현하게 했더니 결과는 어떠했을까? 자기 몸이 작다고 느끼게 된 사람들은 다양한 물건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나 매일 보던 볼펜 등의 크기를 매우 크다고 표시하게 되며 자기 몸이 크다고 생각하게 된 사람들은 반대로 물건들의 크기와 거리 등을 매우 작고 가깝다고 표시하게 된다.


이러한 바비 인형 착시현상 (혹은 신체 교환 환상)이 흥미로운 것은 물건 자체가 안구에 맺히는 상의 크기는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의 사이즈를 느끼는 정도에 따라 보고 있는 물건들의 상대적 크기와 거리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진짜 몸과 인형의 몸을 동시에 간질이는 정도를 정확히 일치시키지 않고 가끔 시간 차를 두면 인형을 우리 몸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는 물건의 크기를 다르게 느끼는 정도가 약해진다고 한다. 최근의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이런 착각은 실제 인형을 보지 않고도 VR를 활용해 유도할 수도 있다. 이 현상은 시각, 촉각 및 자기 몸의 상태를 인지하게 하는 자기수용 감각 등 다중 감각을 조절하는 두정엽과 전두엽, 측두엽 등 고위 뇌 기능 조절 부위의 통합 조절에 의해 매개된다고 생각된다. 정신분열형 성격장애 척도 점수가 높은 사람은 이러한 착시에 더 잘 빠지며 실제 두정엽 부위에 심한 편두통 혹은 뇌전증을 지닌 사람 중 일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나타내어 자기 몸이 커지거나 줄어든다는 느낌을 지니면서 동시에 외부 세계가 작아지거나 커지는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언젠가는 올챙이였을 커다랗고 뚱뚱한 두목 개구리가 무지개 연못을 휘저으며 올챙이와 다른 개구리를 얕잡아 보고 작은 생물체 대하듯 하는 것을 종종 본다. 내 몸집의 자와 저울이 아니라 눈금이 적혀 있는 보통의 자와 저울을 들고 있다면 없을 일들이다. 호수 위에 있는 달과 머리 위쪽 하늘에 있는 달의 크기는 같다. 날씨가 맑으면 한번 재보길 권한다.


건국대학교 의대 신찬영 교수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92301031705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