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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 시리즈 칼럼: 2편] Discovery는 발견인가, 설계인가?: Discovery by Design이라는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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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회 작성일 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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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2편] Discovery by Design: 한국 바이오의 성공 확률을 설계하다.

-Discovery는 발견인가, 설계인가?: Discovery by Design이라는 새로운 관점


지난 글에서는 임상시험에서 나타나는 많은 실패가 실제로는 Discovery 단계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임상은 문제를 만들어 내는 단계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문제를 드러내는 단계인 경우가 많으며, 성공 가능한 신약개발은 Discovery 단계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리는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질문은 「Discovery란 무엇인가?」이다.


대부분의 연구자에게 Discovery는 새로운 생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질환의 기전을 밝히고, 새로운 타깃을 찾고,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Discovery는 현대 의약학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예를 들어,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원인이 되는 BCR-ABL 융합 단백질의 발견은 표적치료제 imatinib의 개발로 이어졌고, PCSK9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연구는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저하제를 탄생시켰다. 또한, PD-1/PD-L1 면역관문 기전의 발견은 암 면역치료라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열었다.


이처럼 수많은 혁신 신약은 새로운 생물학적 발견에서 출발하였다.따라서 Discovery의 역할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다. 좋은 신약은 언제나 좋은 과학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좋은 과학은 어떻게 좋은 신약이 되는가?

 

놀랍게도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새로운 타깃을 발견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발견이 실제 환자에게 사용되는 치료제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종종 Discovery 이후에 해결해야 할 문제이거나, 거의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 정도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Discovery가 끝난 뒤 임상 전략을 고민하고, 적응증을 정하고, 바이오마커를 찾고, 특허를 확보하고, 제조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개발이 뒤로 갈수록 하나의 의사 결정을 수정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iscovery 단계에서 사람 유전학에 대한 근거를 보완하거나 적절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규모의 추가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아직은 연구 방향을 수정하거나 후보물질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임상에 들어간 뒤 발견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검증하거나 환자 선별 기준을 다시 설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코호트나 새로운 임상시험이 필요할 수 있으며,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이미 수행한 임상시험 자체를 다시 설계하거나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시간은 더욱 중요한 비용이다. 특허의 존속기간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경쟁사는 같은 타깃을 향해 개발을 진행한다. 라이선싱 아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가 연구를 요구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단순히 연구비가 늘어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협상은 지연되고 기술의 가치는 감소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 기술이 먼저 시장에 진입하거나 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결국, 뒤늦은 수정은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다.

시장 진입 시기를 늦추고, 특허 가치와 협상력을 떨어뜨리며, 심하면 기술이전 실패나 개발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약개발에서 시간은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새로운 타깃을 발견했다고 하자. 그 순간부터 연구자는 단지 “이 타깃이 흥미로운가?”만 질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이 타깃은 사람에서도 질환과 관련이 있는가?

이 타깃을 조절했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인가?

어떤 환자군에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환자를 선별할 바이오마커는 확보할 수 있는가?

현재의 표준 치료와 비교해 어떤 임상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경쟁 기술과 비교했을 때 특허 경쟁력은 충분한가?

후보물질은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 가능한 특성을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물론 임상에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임상에 진입한 뒤 처음 고민해서는 너무 늦을 수 있는 질문들이다. 신약개발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검토하고, 그 답을 후보물질과 개발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이 질문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연구자와 기업도 개발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검토한다. 문제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느 수준까지 검토하고 그 결과를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하느냐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마커는 많은 개발 프로그램에서 임상시험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다. 제조 가능성은 후보물질이 어느 정도 확정된 이후에야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허 전략 역시 출원이 끝난 뒤에는 개발 전략과 분리되어 운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검토할 수 있었던 문제가 개발 후반부에 발견되면, 프로젝트 전체를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Discovery의 역할 역시 이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이제 Discovery는 단순히 새로운 생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발견이 성공적인 신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단계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Discovery by Design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Discovery by Design은 발견을 대신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발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Discovery의 역할을 확장하는 접근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출발점으로 하되, 그 발견이 실제 환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과학적, 임상적, 사업적 요소를 처음부터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Discovery의 성공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기존의 Discovery에서는 새로운 타깃을 찾거나 우수한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성과였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지금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Discovery는 궁극적으로 세 가지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내야 한다.


첫째는 Scientific Value이다. 새로운 생물학적 원리를 밝히고, 질환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혁신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는 과학적 가치이다.

둘째는 Clinical Value이다. 실제 환자의 삶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 기존 치료법과 비교하여 어떤 임상적 의미를 가지는지를 의미한다.

셋째는 Commercial Value이다. 우수한 특허 전략, 제조 가능성, 적절한 개발 전략,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포함하는 사업적 가치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독립된 가치가 아니다. 어느 하나만 뛰어나서는 성공적인 신약이 되기 어렵다. 과학적으로 뛰어난 발견이라도 임상적 가치가 부족하면 좋은 논문에 머물 수 있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기술이라도 사업적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환자에게 도달하기 어렵다.


반대로 사업성이 뛰어난 전략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성공적인 신약은 결국 이 세 가지 가치가 함께 성장할 때 만들어진다.


BACE 억제제(β-site amyloid precursor protein cleaving enzyme inhibitor)는 그 복잡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BACE 억제제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로 여겨져 온 아밀로이드 생성 경로를 직접 표적하는 강력한 생물학적 가설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임상적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 실패에는 질환의 생물학적 복잡성, 치료 시기, 표적의 정상 생리 기능, 환자 선택, 임상시험 설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떤 환자를 언제 치료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표적 억제가 효과와 안전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만드는지와 같은 질문은 개발 초기부터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검토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개발 전략이나 투자 규모를 조정하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대로 GLP-1 계열은 당뇨병 치료에서 출발했지만, 지속형 분자의 개발과 투여 편의성 개선, 체중 감량 효과의 임상적 재평가, 비만과 심혈관 질환 등으로의 적응증 확장을 통해 Scientific Value, Clinical Value, Commercial Value를 함께 확대해 온 대표적인 사례이다.


같은 생물학적 기전이라도 어떤 분자를 만들고, 어떤 임상적 가치를 목표로 하며, 어떤 적응증과 개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기술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Discovery by Design은 이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발견의 순간부터 성공 가능한 신약개발의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변화는 신약개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항공기, 자동차, 반도체와 같은 복잡한 산업에서는 최종 제품의 요구 성능과 사용 환경을 먼저 고려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설계를 초기부터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수정 비용이 증가하고, 초기의 작은 판단 오류가 후반부에는 전체 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 역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Discovery의 역할 또한 단순한 발견에서 전략적 설계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물론 Discovery by Design이 모든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는 언제나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충분히 준비해도 사람에서만 드러나는 새로운 생물학적 현상이나 예상하지 못한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위험이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부 위험은 초기 단계에서 확인하거나 최소한 그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Discovery by Design의 목적은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확인 가능한 위험을 가능한 한 앞에서 줄이고,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보다 합리적으로 감수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Discovery는 여전히 신약개발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제 그 출발점은 단순한 발견의 시작이 아니라, 성공 가능한 신약을 향한 설계의 시작이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기존의 선형적 신약개발 방식과 Discovery by Design이 실제 의사 결정 구조에서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최종 목표에서 출발해 Discovery의 질문과 연구를 설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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